(7월8일 중식시간에 전공장에 배포된 유인물입니다)
[발행]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위원회
[발행인] 임시대표 안기호
[연락처] 289-8211
[홈페이지] http://hjbtw.jinbo.net
[발행일] 2003년 7월 8일 제 14 호
<1면>
오늘 오후 5시 30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건설한다!
그 얼마나 긴긴 세월이었던가. 침묵과 굴종, ‘비정규직’이라는 굴레 속에 체념하고 좌절했던 기억은 아직도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철새처럼, 뜬구름처럼, 시키면 시키는대로 주면 주는대로 살아야 했던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더 이상 굴종하지 않겠다. 우리도 당당하게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을 하고, 탄압을 받으면 반격도 하며, 노동자들에게 보장된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하는 노동자’가 될 것이다.
◈ 비정규직 노조, 이제 첫걸음이다!
수많은 업체별 투쟁에서 비투위는 적지 않은 승리를 거두어왔다. 그러나 그 투쟁의 요구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전화 제때 지급> <장갑 지급> <연월차 자유로운 사용과 적치> <취업규칙 게시> <업체 측의 부당노동행위 근절> 등 거의 모두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는 내용들이다.
법에 보장된 최소한의 권리들을 쟁취하기 위해서조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작업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요구안을 작성하고 사장에게 요구하며 싸워야 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몸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처럼, 오늘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참한 현실에 맞서 투쟁의 첫걸음을 떼고 있으며, 이제 노동자들의 자주적 결사체인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말 안들으면 당장 내쫓는다”는 원하청 자본의 협박에 침묵을 강요받던 과거를 딛고, “이제 나가라고 해도 순순히 내발로 걸어서 나가지는 않겠다”며 당당하게 투쟁으로 일어서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조합 설립으로 전진하고 있다.
◈ 비정규직 인간선언! 오늘부터 진짜 시작이다!
비정규직 노조가 첫걸음을 떼는 역사적인 날, 바로 오늘이야말로 <비정규직 인간선언>이 진짜 시작되는 날이며, 인간다운 삶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염원이 <노동조합>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날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동지들! 오늘 딛는 첫걸음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자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로 우리의 결의를 모아내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두려움을 씻어내고 과감하게 앞으로 나서자!
♣♣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설립 총회 ♣♣
◈ 일시 : 7월 8일(오늘) 17:30～ ◈ 장소 : 5공장 대의원회실(구내버스 5공장 본관 앞 하차)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염원을 모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소중한 첫발을 딛고자 합니다. 1차와 2·3차 관계없이, 고용형태나 계약기간에 관계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제 비정규직도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인간답게,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당당하게 외쳐봅시다!!!
<2면>
노동조합은 우리에게 투쟁이며 생명이다
그동안 사내하청 노조 조직화 방안과 관련하여 ‘규약개정-직가입’ ‘한시적 독자노조’ 등의 제안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정규직 조합원들이 사내하청 노조 조직화 방안에 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며 느끼는 깊은 연대감이 있다.
비투위 동지들이 현장 곳곳에서 처절한 투쟁을 벌일 때마다 정규직 조합원들이 우리들의 손을 꼬-옥 잡고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
“꼭 87년 이전의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열심히 해서 반드시 승리해라. 나도 힘껏 응원하겠다”
“87년 이전을 한번 생각해보자. 회사는 우리들에게 임금 차등지급이라는 무기로 현장을 통제해왔다. 그 족쇄를 깨고 투쟁으로 만들어낸 것이 지금의 현자노조다. 그런데 지금 비정규직의 현실을 보면 또다시 회사는 87년 이전에 써먹던 임금 차별, 노동조건 차별 수법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라치기를 통해 현장을 통제하려 한다.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정규직들도 87년 이전으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
현자노조 16년의 역사 속에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비록 패배할지언정 양심을 팔아 생존을 구걸하는 것을 거부했던 정규직 조합원들의 눈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과거 현자노조 건설 초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처럼 보이는 것이다.
장벽을 넘어 함께 가는 노동해방의 길
비정규직 노동조합 결성에 대해 우려스런 눈으로 바라보시는 동지들도 있다. 우리는 그 동지들이 비정규직 노조 결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기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을 거치며 앞으로 걸어가야 할 험난한 길에 대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심정을 표현하시는 것이라고 본다.
앞서서 나선다는 것은 언제나 힘겹고 두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사측의 탄압 공세와 해고 협박이 하나도 두렵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노예의 생활을 반복할 수 없기에, 그리고 원하청 자본의 이중착취와 굴종을 강요하는 행위를 더 이상 앉아서 당할 수 없기에, 동료들의 손을 굳게 잡고 노동조합 결성으로 일어선 것이다.
동료들의 눈빛 속에서 <비정규직 철폐>의 굳은 의지를 확인하며 두려움을 걷어내고, 팔을 흔들고 구호와 노래를 외치며 “노동자 한명한명은 힘이 없을지라도, 하나로 뭉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진리를 확인하고 있다. 바로 현자노조가 설립되던 87년 정규직 조합원들이 느끼고 경험했던 것처럼.
지금 노동조합 결성으로 일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록 노동조합운동의 경험도 일천하고 부족한 점도 많다. 그러나 처음부터 노동조합운동 잘하는 사람들은 없다. 실수도 하고 오류도 범하면서 배워나가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다.
현자노조 16년 투쟁의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노조 결성과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연대한다면, 실수와 오류를 줄이고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를 실현하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파업투쟁 프로그램에 ‘비정규직 노조 건설에 대한 토론’이 포함되어 있다. 이 자리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비정규직 노조를 훌륭하게 건설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토론하자. 어떻게 하면 원하청 자본의 탄압을 공동으로 막아내고 민주노조를 사수할 수 있는지, 그리고 비정규직 노조가 성장하기 위해 어떤 투쟁을 벌여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자.
비정규직 노조를 지원하고 지지하겠다는 대중적 결의를 만들어내고, 선거구별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기 위해 어떻게 연대투쟁을 벌일 것인지를 얘기해보자. 노동조합이란 왜 필요한 것이며, 노동기본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은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막걸리 한잔 앞에 놓고 허심탄회한 토론을 벌여보자.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의 모범을 만들어내자!
정규직 활동가 및 조합원 동지 여러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건설에 대해 전국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언론기관과 상급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800만에 이르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성패 여부는, 단순히 현대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비정규직 운동의 성패를 가늠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승리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기서 모범을 보이자! 정규직 노동자들도 비정규직 노동조합 결성을 지지·지원하고,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함으로써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자!
바로 오늘, 지금 우리가 서있는 자리에서부터 시작하자.
[현자노조 집행부, 현장제조직, 대소위원 및 조합원 동지 여러분!]
오늘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훌륭하게 건설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점도 많고 실수도 하겠지만,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의 결의로 비정규직 노동조합 건설과 민주노조 사수투쟁에 함께 합시다! 오늘 설립총회 자리부터 동지적 연대의 장으로 만들어 갑시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함께 간다면 우리에게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배포확인 : 대의원대표 김 주 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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