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7일 불법파견 집단진정 투쟁 보고
오늘(5월27일) 오전 11시, 울산지방노동사무소 앞에서 금속연맹 울산본부가 본부 산하 노동조합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의 불법파견 실태를 발표하고 파견법 위반에 대한 집단진정서를 전달했다.
금호타이어에서 원하청노조의 공동투쟁으로 불법파견으로 판정된 노동자들 282명을 정규직화시키고, 또 최근에는 추가로 9명의 노동자들에게 불법파견 판정이 나오게 되어 직접고용 수순을 기다리고 있는 등, 불법파견 문제는 이미 전사회적인 쟁점이 되어 있다. 특히 제조업 대공장 사내하청의 경우 거의 예외없이 불법파견, 위장도급 형태를 띠고 있어, 이 문제가 쟁점화될 경우 전국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대중적 저항의 흐름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노동사무소 앞 도로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데도 많은 기자들과 방송사 카메라들이 회견장을 찾았다.
▲ 금속연맹 울산본부와 산하 노조 대표자들이 불법파견 근절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늘 집단진정의 대상이 된 피진정인은 (주)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및 13개 사내협력업체들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에는 100여개가 넘는 사내협력업체가 있는데, 금속연맹과 현자비정규직노조는 우선적으로 현장 조사와 실사를 마친 곳을 중심으로 집단진정에 돌입했으며, 아직 조사가 마쳐지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도 충분한 실사를 거쳐 2차, 3차 추가 집단진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도 오늘(27일) 금속노조 충남지부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천안지방노동사무소에 불법파견 집단진정을 넣었다. 아산사내하청지회와 울산비정규직노조의 집단진정에 발맞추어, 금속산업연맹(위원장 백순환)도 오늘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개월간 산하 노조들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인 불법파견 실태결과를 발표하고 향후 투쟁계획을 밝혔다.
금속산업연맹은 지난 2월 미조직특위와 중앙위원회에서 ‘불법파견 판정시 해당업체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핵심으로 하는 ‘04 임단협 비정규직 요구안을 확정하고, 올해 중점 사업으로 불법파견 실태조사 및 노동부 집단진정사업을 의결하고 2개월 이상 소속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전개한 바 있다.
금속산업연맹 백순환 위원장은 “이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집단진정은 신호탄일 뿐”이라며 “이미 상당수 사업장에서 불법파견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가 마쳐지는 데로 2차, 3차 집단진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금속산업연맹은 “불법파견 집단진정과 함께 최근 파견법을 전업종으로 확대하려는 등 정부의 파견법 개악 음모를 분쇄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6월3~4일 산하노조 전 간부들이 상경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 금속연맹 울산본부 김경석 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속연맹 울산본부는 "파견법은 사실상 인신매매와 중간착취를 보장하는 제도"라고 규정하고,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위와 같은 불법파견을 이용하여 정규직노조의 조직력을 파괴하고,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하여는 전체노동자 임금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저임금 강요를 통하여 창사 이래 최대의 흑자를 누리고 있다. 그 하청업체들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도급으로 위장한 근로자파견을 행하면서 엄청난 액수의 중간착취를 행해왔다"고 고발했다.
기자회견문 낭독 이후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사례발표에 나선 현자비정규직노조 서쌍용 사무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자동차에서 내어준 출입증을 패용해야만 사내출입이 가능하고, 현대자동차가 정한 임율표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고, 현대자동차가 정한 시업·종업·휴식·식사시간을 따르고, 현대자동차가 정한 잔업·특근에 임하고, 현대자동차 소유의 콘베이어에서 현대자동차 소유의 공구와 자재로 작업하고, 불량·이종이 나면 현대자동차 조·반장·키퍼에게 먼저 얘기해야 한다"며, 하청업체들은 사실상 위장도급사이자 노무공급업자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속연맹 울산본부는 회견장에서 "업체 종업원 제반규정 준수 요청의 건" 및 "근무시간 지키기 내부관리지침"이라는 문건을 전격 공개하며,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하청 노동자에게 근무시간을 지키라고 강요하고 안지키면 사규를 적용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사실상 하청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책임은 하청업체가 아니라 현대자동차에게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김경석 금속연맹 울산본부장은 "저도 현대자동차 출신인데, 기자 여러분들이 현장에만 들어가보면 불법파견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동지들이 정규직 동지들과 섞여서 같이 일을 하고 있고, 그 전반적인 지휘감독은 원청 반장이 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정규직들 사이에 흩어져서 작업을 하는 비정규직 동지들에게 하청업체가 노무관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 울산지방노동사무소 관리과장에게 불법파견 진정서를 전달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울산본부 대표자들은 울산지방노동사무소 소장을 면담하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러나 "소장님은 바쁘셔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라는 울산 노동부의 어이없는 답변을 듣고 노동부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이미 24일 쯤에 오늘 집단진정을 넣는다는 사실을 통보해 주었고 노동부 관계자와 협의까지 마친 상태에서 노동부 소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결국 집단진정이 너무나도 부담스럽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강력한 항의 후 울산지방노동사무소 관리과장의 "이번주 안으로 소장님과의 면담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듣고 진정서를 전달하였다.
관리과장과의 면담에서 김경석 울산본부장은 "소장과의 면담을 추진한 것은, 이번 진정 건의 객관적인 판정을 위해 연맹과 노조, 노동부가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이다"라고 밝혔다. 면담에 함께한 현중사내하청노조 조성웅 위원장도 "공동조사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지난번 박일수 열사 분신 이후 공정위와 노동부가 실태조사한다고 해놓고, 결국은 하청업체 총무 등 사측에 입장에 선 사람들을 상대로 면접조사하고, 또는 총무가 찍어준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등 전혀 공정하지 않은 조사가 이뤄졌다"며 연맹 및 해당 노조의 조사 참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관리과장은 "일단 여러분의 '희망사항'은 소장 님을 만난 자리에서 얘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했다. '희망사항'? 아니, 이처럼 당연하고 손쉬운 일이 우리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사실상 자본 측과는 합동조사를 하고 있으면서, 노동자들과는 같이 합동조사를 못하겠다는 얘기인가?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은 분명히 밝혀둔다.
현장에서 단하루만 일을 해봐도 협력업체가 독립된 사업체가 아닌 단순노무공급업자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명백한 현실에 대해 어떻게 판정을 내리는지가 바로 노동부가 진정한 ‘노동부’인지 아니면 ‘자본부’인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간주될 것이다.
또한 이번 진정에 나서면서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들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도자료와 성명 등을 통해 공개해나갈 것이다. 날마다 언론과 대중들에게 명백한 불법파견 증거자료들이 공개되는 상황에서, 노동부가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 우리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이번 진정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 연맹 및 노조의 조사 참가를 즉각 받아들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동지들!
이제 현자비정규직노조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기치를 높이 올렸다. 이 투쟁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 상급단체와 민주노동당 등 정치사회단체들까지 함께 하고 있다.
남은 것은 우리의 단결이다. 비정규직노조로 집결하여 불법파견 추가 집단진정에 돌입하자!! 현대자동차라는 거대 자본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이상, 저들도 엄청난 로비와 이데올로기 공세를 펴며 전방위 압박을 펼칠 것이다. 그러나 현자비정규직노조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불법파견 정규직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명확한 법률적 정당성이 있으며, 비정규직 철폐를 향한 열망이 있지 않는가!!
이제 무기력을 딛고 비정규직노조로 단결하여 함께 달려가자!!
※ 불법파견 추가진정에 함께 하실 동지들은 현자비정규직노조 임시사무실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 289 - 8211, 289 - 8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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